타이베이 여행(2008,6,26~6,28)_26일

26일 여정
공항-기차역-용산사-호텔-용산사-시정부-101빌딩-딘타이펑-중정기념당-시먼딩-호텔

비행기가 열시반 출발이니까, 시차를 감안하고서라도 한시부터는 본격적으로 관광 다닐 수 있다고 짠 계획은 이미 어그러졌다. 출국 수속을 밟고 나와 타이베이 기차역까지 가는 공항버스를 탔다. (90NT/인) 공항버스에서 졸며 가는데, 언제부턴가 갑자기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게다.
타이베이 기차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용산사역에 내렸을때 빗줄기는 더 강해져 있었다. 문득 2년전 광주에서 만난 비가 생각났는데, 돌이켜보면 그때도 6월말이고 지금도 6얼말이니 광주나 홍콩, 대만 같은 화남지방엔 비가 내릴 철이긴 하다. 과연 이 곳도 거리의 모든 상가엔 지붕 있는 회랑들이 지붕에 지붕을 잇대고 멀리 이어져 있었다.
여행사에서 준 호텔 약도가 너무 지엽적이라 잠깐 애먹었다. 우산을 받고 빗속을 뚫고, '페라리 호텔(화려대반점)'까지 갔다.
페라리 호텔은 대략 정규3성 느낌이 나는, 낡았지만 깔끔한 호텔이다. 약도에선 용산사 역에서 가까운 것처럼 묘사해놨고, 다니는 내내 용산사역에서 가까울 것인가 시먼역에서 가까울 것인가 요령을 피워 보았지만 실은 두 역의 정확한 중간 지점에 있다. 트윈에 엑스트라 베드를 추가해 셋이 잤다. 방은 좁을 만큼은 아니고, 역시 낡았지만 정돈된 집기가 있고, 욕실이 넓어서 마음에 들었다. 샤워기는 물이 펑펑 뿜어 나오는 종류는 아니었지만 정규3성이라고 하면 설명이 된다.
조식은 매일 아침 7시에서 10시까지 제공된다. 양식, 중식의 혼합형이지만 중식은 화남 스타일이라 피시볼은 있어도 콩국에 꽈배기는 없다. 또한 작지만 기특한 서비스로, 자정에서 새벽 두시까지는 식당을 개방해 투숙객에게 무료 커피와 인스턴트 라면을 제공하고 있다. 종업원은 모두 친절하다. 페라리가 다이너스티 패키지의 가장 값싼 호텔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대비 만족이라고 할 수 있다.

용산사까지는 물어물어 걸어서 갔다. 매일 아침 여섯시와 오후 네시는 정기 예불이 있는데 우리가 갔을 참이 딱 네시 무렵이라 예불 드리는 사람들을 휘저으며 다녔다. 절 내 봉사자들이 무료로 향을 나누어주기 때문에 기도할 수 있다. 날씨가 좋을 것과, 여행의 무사함을 빌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불화하지 말 것도 빌었어야 했는데... 뭐 그렇다. 관음보살을 모신 전각 뒷편에는 도교의 신들을 모신 전각이 즐비하다. 관성대제 관우 앞에서 반달 모양 나무패를 던지며 마음 속의 질문들을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무패 두개를 던져 등이 나오면 그런것 같음, 둘다 등이 나오면 정말 그런것 같음 - 이라고 들었는데 뭐 아주 확실한건 아니고..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몰라 '내일 비가 안왔으면 좋겠는데요! 그럴까요?' 라고 물었더니 관운장은 '아니, 그럴거 같다. 그럴거 같다'라고 대답하였다. 나의 불분명한 질문법에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는 관운장.
나오면서 보니, 흡사 학교 매점 같은 곳에서 신들에게 바칠 (대부분은 인스턴트 과자)제물을 팔고 있었다. 이런건 확실히 변명의 여지 없는 미신이지만, 또 굉장히 귀여운 문화라고 생각한다.


지하철로 시정부역까지 갔다. 들은대로 2번출구에서 101빌딩까지 가는 무료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좀처럼 오지 않아 현지인에게 묻는 사이 조금 앞의 블럭에 버스가 와서 허겁지겁 탔다. 배가 고파 지하1층 푸드코드에 가서 포장 초밥, 베이커리에서 조금, 싱가폴식 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올라와서 망고나 에스프리 매장을 돌아보면서 (물론 많거나 적거나 다들 세일중이었지만)아 역시 비싸다 결론. 대만에서 이상의 브랜드를 산다는 건, 한국 가격과 엄밀히 비교하면 어떻게든 약간의 만족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별로 파격적인 이득은 아닌것 같다.

101전망대에는 처음부터도 별로 마음이 없었지만 날씨까지 너무 흐렸기 때문에 야경이고 뭐고 기대할 수 없는 상태고. 그대로 빌딩을 나와 택시를 불러 신의로의 딘타이펑까지 갔다. 목요일이고, 저녁 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이라 그런지 각오했던 것보다 웨이팅이 적었다. 소룡포 두 롱, 파이구, 쏸라탕(소), 새우 쇼마이, 공심채가 없어 시킨 A나물을 벌여놓고 먹었다. 토탈 980NT, 그리고 10프로 부가세 추가. 그 명성에 비하면 으리으리한 가게는 아니었는데 명성만큼의 인적 서비스가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되는 곳이었다. 그리고 꽁시면관 소룡포는 이제 먹을 때마다 낙담할 것 같다. 딘타이펑이 사는 곳에 있어서 아무때나 땡길때 의기투합 할 수 있는 타이페이 시민들은 참 좋겠다(이하 무한 반복).
딘타이펑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중정기념당 역까지 걷는 참에 야간의 중정기념당을 구경했다. 스케일이 장쾌하고, 압도적인 인상의 건물이라 낮에도 꼭 다시 한번 와야겠다고 결심했다. 국가희극원 쪽으로 돌아서 나오다 보니 시각은 약 9시가 넘은 무렵, 프로 단원은 아니고 어쩐지 학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브링 잇온'에 나오는 것 같은 치어리더 띄우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요 반나절로 이미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 오는데, 그들의 젊음이 우주적으로 부러웠다. 그 밖에 국가희극원 앞뜰에선 초로의 남자들이 댄스 연습을 하거나, 꼬마들이 제법 각 나오는 모습으로 쿵푸를 연습하거나 하고 있었다. 여전히 허리가 동강날 듯 아픈 상태에서 지하철로 시먼에 갔다. 과연 젊은 취향의 값싼 가게가 즐비했다. 그러나 신발의 특가는 390NT 정도라, 제대로 된 품질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한국과 비교해서 물가에 그닥 큰 낙차는 없는 것 같다. 시먼에 온 시간 부터가 늦었지만 엄마랑 이정바의 신발을 산다고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더욱 늦었고, 딱 한개 본 중고 CD 가게는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호텔로 돌아와 TV를 보니 7월 1일에 맞춰 이슨의 신보가 나오는 것 같다. 이그!

by 상해특파바삼 | 2008/06/29 14:18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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