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29일
타이베이 여행_27일
27일 여정
호텔-시먼-단슈이-담강중학-단슈이역-홍마오청-단슈이역-충효부흥역-주펀-충효부흥역-스린야시장-시먼-호텔
깨질 듯한 햇살이 눈을 찔러 잠을 깬 아침이다. 조식당 통유리 밖으로 내다본 거리는 벌써 하얗게 더워지고 있었다. 일말의 두려움을 느끼며 길을 나섰다. 오늘의 여정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무대이자 륜륜의 모교인 담강중을 찍는 코스로, 살짝 말할 수 없는 오덕끼가 가미된 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이너스티 패키지 구매 당시 사은품으로 받은 MTR 1일 패스로 단슈이선의 종점인 단슈이까지 북행하였다. 단슈이에 도착. 오전이었는데도 벌써 숨막히게 더웠다. 유명한 '아이스몬스터' 에서 딸기+키위+망고의 슈퍼 종합 빙수(150NT)를 먹었다. 굿굿굿!






단슈이역 인포메이션에 물어 38번 버스(15NT/인, 거스름돈 없음)를 타자 담강중 앞에서 딱 내릴 수 있었다. 때는 금요일이고, 정오 근처라 4교시를 마친 학생들 가운데 저학년은 집에 갈테고, 고학년은 점심시간 전에 노가리를 까는 일상적인 학교 풍경이었다. 그런 곳을 외국인 여행자 셋이서 휘젓고 다닌다는건, 확실히 아무의 제지도 없었지만 무진장 쪽팔리는 일이었다. 곰곰히 쪽팔림의 원인을 분석해보니, 고등학교 졸업한지 이미 5년 이상이 흘렀음이 그 이유인것 같다. 담강중은 영화에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아담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던 디테일이 조금도 다름없이 남아 있었다. 애들이 진짜로 일제시대 책상 같은 그런 책상에서 공부를 했다. 4교시 끝나고 학교가 한참 시끄러울 때라 그런지 정말 아무의 제지도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투명인간처럼 솩솩솩 교무실 옆을 통과해 영화 첫 장면에 나오는 곳으로 딱 나오고 나니 뒷편에 '여행자 진입금지' 라는 팻말이 보여 나를 식겁하게 했다.








학교 뒷문, 하교하는 애들 틈에 껴서 38번 버스를 기다렸다. 갑자기 스콜성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는 사그러들듯, 들듯 하면서 줄기차게 내렸다. 담강중 근처에서 먹어보라던 아게이도 찾아내야 하고, 홍마오청과 진리대학도 이 부근이었던 거 같은데, 도저히 다른 생각을 못하게 비가 내렸다. 한참을 기다려 떡시루 같은 버스를 타고 단슈이로 돌아왔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홍마오청으로 ㄱㄱ. 륜륜의 노래에도 쓰인 홍마오청은 (대략)스페인이 세운 해군기지였는데 나중에 네덜란드가 인수했다가 지금은 대만이 관리하는 역사 유적이다(라고 해두자). 홍마오청 들어가는 입구에 진리대학으로 통하는 경사로가 가로놓여 있는데, 내가 그 경사로를 가로지르려는 그때 경사로는 이미 하나의 훌륭한 폭포였다. 홍마오청의 역사에 각별한 관심이 없는 이상, 들어가 괜히 입장료 버리지 말란 소릴 들었기 때문에 처마에서 일단 우산을 털며 있었다. 원래 계획으로는 홍마오청 전경만 사진에 담아 다음 장소로 이동할 생각이었는데 연이은 비 때문에 아무래도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인솔자로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홍마오청 건너편에 처음부터 왠지 마음이 끌리는 멋진 식당이 있어 수위에게 물었다.
- 이 근처 괜찮은 식당이 있습니까?
- 배가 급고픈가 보군요.
- 아님미다. 비를 그을 장소가 필요한 겁니다. 저 앞에 '영사관'이란데 어떻습니까?
- 안가봐서 맛있는진 모르겠는데...하지만 늘 사람이 많긴 하더군요.
- 오, 늘 많더란 말이지요.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홍마오청을 나와 '영사관'이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기대보다 훨씬 맛있었던 구운연어 스파게티, 해물 리조또, 치킨 리조또를 걸신들려 먹고 있는 동안 차차 구름이 물러가고 해변의 쇠난간이 다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식당에서 나와 중정로를 따라 걷다보니 이내 단슈이 옛거리, 재래시장이 나타났다. 눈에 보이는 족족 군것질을 하면서 두리번 두리번 하다보면 어느새 단슈이역에 도착해 있었다. 엽기음식으로 명성이 높은 '취두부'(30NT)를 모두에게 돌렸지만 역시 두부는 두부. 엄청나게 맛있어봤자 결국 두부고, 엄청나게 엽기스러워봤자 결국 두부일 수 밖에 없는거다. 자명한 진실을 깨닫고 돌아가는 지하철을 탔다.






주펀까지는 忠孝復興역 1번출구에서 기륭객운 버스(주펀까지 90NT/진과스까지 95NT/인)를 탔다. 버스를 타기까지 좀 헤맸는데 1번출구에서 나와서 믿음을 가지고 조금만 직진하면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물론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장대비가 내렸다. 버스를 타자 할수없이 졸음이 쏟아졌다.
단슈이에서 계획보다 지체했기 때문에, 주펀에 도착하자 비는 멎었으되, 생각보다 날이 많이 늦어 있었다. 그래도 비정성시 첫 장면에 보이는 것과 다름없는 풍경이 발 아래 있어 감개무량했다. 물론 그 영화는 첫장면 다음부터는 #$^%^#$#한 상태로 뇌리에 남아있지만. 본디 계획은 수치루를 따라 올라가서 국민학교도 보고, 관우의 사당도 보고, 할 작정이었는데 버스에서 내려 바로 보이는 좁은 골목을 따라 올라가는 동안 날이 순식간에 컴컴해졌다. 이미 수치루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그 밖에도 중간에 구경할 가게들이 많아서 위로 더 올라가는 것은 포기하고 말았다. 아메이 찻집을 힐긋 쳐다보고, 타이페이로 돌아가는 막차가 21:20에 출발하므로 더는 욕심 부리지 않고 오던 길로 내려왔다. 고개에서 내려다 보는 밤의 항구 풍경이 아름다웠다.









밤 열시가 가까워 지엔탄 역에 도착해 스린 야시장으로 향했다. 프레스기로 눌러 튀긴 닭(50NT/개)이 제일 맛있었고, 야시장 대표 명물이라는 굴지짐은 평가가 ????, 뭐가 그리 향기롭고 잊을 수 없는 맛인지 의아했다. 종즈를 하나 먹고, 배가 불러 토할 때까지 진주나이차(30NT/컵)를 마시고, 소시지를 먹고, 땅콩빙수(40NT/개)를 먹고, 훈뚠탕을 먹었다. 그렇게 대강 쓴 돈이 400NT 내외. 프레스기로 누른 닭과 함께, 여기 땅콩빙수를 추천한다. 땅콩과 얼음 비율이 대단히 역전된 것 같다. 땅콩버터 같은 진한 맛이었다.
가게가 모두 철시하고 어두워진 시먼으로 돌아와 터덜터덜 호텔로 돌아왔다.

# by | 2008/06/29 14:33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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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야시장 언젠가 꼭 정복하겠뜸
굴튀김이 그렇게 맛있다던데ㅜㅜ
담강중 좋아.. =ㅅ= 방학만 됐어도 더 집요하게 돌아다녔을텐데 넘 쪽팔렸어..